전체 글45 영화 친구 리뷰 및 총평 1. 청춘의 우정에서 비극으로—네 친구의 갈림길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부산의 실제 정서를 기반으로, ‘친구’라는 단어가 얼마나 복잡하고 아픈 의미로 변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한 우정 이야기처럼 보인다. 준석, 동수, 상택, 중호—네 친구는 어린 시절부터 어울려 놀고, 사춘기의 불안함을 함께 겪으며 성장한다. 이 시기의 영화는 다소 유머스럽고, 사투리 특유의 리듬이 살아 있어 친근한 분위기를 만든다.하지만 〈친구〉의 묘미는 바로 그 평범함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데 있다.네 사람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사회는 그들을 완전히 다른 길로 내몬다. 준석은 아버지가 조폭 보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고, 동수는 가난한 집안환경 속에서 점점.. 2025. 11. 24. 영화 부산행 리뷰 및 총평 1. 달리는 지옥열차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민낯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힘은 좀비 액션 자체보다, 좁은 공간에 갇힌 인간 집단이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데 있다.KTX라는 제한된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압축된 사회’이며, 각 칸은 서로 다른 계층·세대·가치관이 뒤섞여 있다. 영화는 이들을 위기로 밀어넣고,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기 생존만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주인공 석우는 처음부터 이기적이고 무심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존재’라기보다 ‘일에 치이고 감정이 메마른 가장’으로 묘사된다. 이때 딸 수안은 그런 아버지를 비판하며, 영화는 두 사람.. 2025. 11. 24. 영화 박열 리뷰 및 총평 1. 일제의 광기 속에서 탄생한 두 ‘괴물’ —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등장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과 그 직후 일본 정부의 조선인 학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피해자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오히려 조선인 아나키스트 박열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시선을 통해 일제의 민낯을 까발린다.서사는 박열이 이미 ‘일본의 적’으로 지목받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과 선언, 조직 활동이 오히려 일본 당국의 공포심을 자극해 사건이 증폭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일본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즉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로서 영화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인물이 서 있다.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영웅 서사’가 아니라 피해를 미화하지 않는 강단 있는 태도에 있다. 박열은 피해자이지만.. 2025. 11. 23. 영화 남한산성 영화 리뷰 및 총평 1. 고립된 산성, 무너져가는 조선 — 역사적 참담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다〈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조선 역사상 가장 참담한 순간을 극도로 응축해 보여주는 영화다. 작품 전체가 남한산성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되며, 이 고립된 공간은 국가의 현실을 은유한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포성과 추위, 굶주림, 내부 관료들 사이의 갈등은 조선이라는 국가가 이미 내부적으로 쇠약해졌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영화는 국가 지도부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선택을 누가 내릴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인조는 상황을 타개할 의지와 능력을 모두 잃은 채 두 대신의 의견 사이에서 흔들린다. 성 밖에서는 백성들이 혹한 속에서 죽어 가지만, 성 안에서는 오히려 백성을 지키기보다는 조정의 체면을 지키는 .. 2025. 11. 23. 나우 유 씨미3 영화 리뷰 및 총평 1. 더 커진 무대, 더 위험해진 마술 — ‘포 호스맨’의 귀환〈나우 유 씨 미 3〉에서 포 호스맨은 이전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음모의 중심에 선다. 전편까지의 스케일이 ‘거대한 사기극과 무대 마술의 결합’이었다면, 이번 3편은 그 무대 자체가 전 세계로 확장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속이는 전개 방식을 유지한다. 관객은 마술이 벌어지는 순간 ‘어떻게 했지?’라며 혼란에 빠지고, 동시에 호스맨들이 추적하는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며 긴장감을 높인다.3편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더 화려한 마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마술 그 자체를 조종하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전혀 다른 메타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호스맨들은 사회적 악을 무너뜨리는 통쾌한 팀으로 .. 2025. 11. 23. 〈하얼빈〉 완전 스포일러 리뷰 1. 차가운 설원 위에서 시작되는, 피할 수 없는 결단영화 〈하얼빈〉은 초반부터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분명히 제시한다. 안중근이 하얼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작품의 전체 톤을 압축한 순간이다. 그는 동지들과 함께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한 의거를 계획하지만, 영화는 그의 결단을 영웅적 존재로 신격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알고도 걷는 인간의 불안, 흔들림, 책임감을 담담하게 드러낸다.초반부에서 동료들이 하나둘 모이기까지의 과정은 전략적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서로를 향한 신뢰를 확인하고, 또 ‘이제 더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감정적 압박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특히 설원에서의 짧은 연습 장면들은 시적인 이미지로 구성되며, 영화 속 인물들이 총을 들고는.. 2025. 11. 23. 이전 1 ···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