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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리뷰 및 총평 1. 생활형 경찰들의 ‘극한 생존기’: B급 설정이 A급 웃음을 만든다〈극한직업〉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의 한국 경찰 코미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생활형 경찰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 마약반은 ‘엘리트 경찰’과는 거리가 멀다. 예산 부족, 실적 압박, 상사의 잔소리에 치이는, 말 그대로 생활에 찌든 형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능력 부족’이 오히려 영화의 유머를 이끄는 핵심 장치가 된다.초반부에서 형사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무모하게 건물 외벽을 타다가 추락하고, 잠복 근무 중에 졸고, 작전이 실패하면 서로 책임을 떠미는 등 현실 경찰물과는 다른 웃픈 현실감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들을 비웃으면서도 동시에 ‘저 정도면 친근하다’고 느끼며 정서적 거리를 좁힌다.그러나 영화가.. 2025. 11. 24.
영화 아저씨 리뷰 및 총평 1. 고독한 인간의 구원 서사: ‘아저씨’ 차태식의 침묵 속 진심〈아저씨〉는 한국형 액션 누아르의 정점이자, 폭력과 구원의 서사를 가장 감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겉으로는 소녀를 구하기 위한 구조극에 가깝지만, 밑바닥에는 고독한 남자의 자기 구원이라는 묵직한 정서가 흐른다. 차태식(원빈)은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인물이며, 과거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완전히 단절한 채 살아간다. 그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아내를 잃은 죄책감과 자책이 깊게 새겨져 있다.이때 등장하는 인물 소미(김새론)는 태식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유일한 존재다. 소미는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이며, 태식과 마찬가지로 결핍과 외로움 속에 놓여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버려진 존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2025. 11. 24.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리뷰 및 총평 1. 형제의 비극: 전쟁 속에서 산산조각 난 일상의 사랑〈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전쟁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이유는, 거대한 전쟁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두 형제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비극을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은 가난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형제다. 영화는 전쟁 이전의 짧은 행복한 시간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써, 이후에 도래할 참혹한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전쟁은 그들의 삶을 순식간에 뒤틀어 놓는다. 진석이 끌려가자 진태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자원 입대하고, 이 선택은 두 사람의 운명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전쟁은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개인을 상황 속에 강제로 투입하는 폭력’.. 2025. 11. 24.
영화 싸움의 기술 리뷰 및 총평 1. 루저의 세계에서 작은 ‘한 방’을 꿈꾸다: 성장 대신 버티기의 청춘영화 〈싸움의 기술〉은 흔히 말하는 ‘성장 영화’의 문법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재민(백윤식이 아닌 임형준)과 병규(백윤식)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루저들이다. 학교·가정·사회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상처와 무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영화는 바로 이 버티기의 세계를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담아낸다.재민은 학교에서 폭력의 대상이 되고, 집에서는 무능한 어른들의 그림자 아래 짓눌린다. 자신을 지켜줄 것도, 기대할 것도,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도 없다. 병규는 어른이지만, 어른답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삶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채 정체성을 잃고, ‘싸움’이라는.. 2025. 11. 24.
영화 내부자들 리뷰 및 총평 1. 권력 카르텔의 민낯: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손’은 누구인가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권력 구조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정치, 재벌, 언론, 조직폭력배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얽혀 있는 구조를 ‘내부자’들의 시선에서 보여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작품의 설정은 허구이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과 배신, 거래의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현실적이다.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정의로운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익을 좇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공공의 선이나 국가의 미래 같은 거창한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행동을 움직이는 힘은 철저히 개인적 욕망이고, 그 욕망은 권력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상호.. 2025. 11. 24.
영화 친구2 리뷰 및 총평 1. 12년 뒤, 다시 시작된 비극 — “우정”의 잔해 위에 선 남자들곽경택 감독의 〈친구2〉는 전설적 작품 〈친구〉의 후속작으로, 전편의 감정적 여운을 이어받으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의 비극을 그린다. 이 작품의 시작점은 바로 **‘우정의 부재’**다. 전편에는 준석·동수·상택·중호라는 네 명의 친구가 중심에 있었지만, 〈친구2〉는 더 이상 ‘친구 이야기’가 아니다.대신, 전편에서 남겨진 피의 유산—폭력의 구조, 조직 논리, 배신의 상처—가 새로운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탐구한다.영화는 **준석(유오성)**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 세대의 조직 세계와, 친구 동수를 죽였다는 누명 속에서 모든 걸 잃은 인물이다. 감옥에서 보낸 17년의 시간은 준석을 더 단단하고 냉혹하게 만들..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