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돌아온 서도철, 더 단단해진 ‘베테랑’의 세계관
〈베테랑2〉는 전작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대신, 업그레이드된 갈등 구조와 확장된 세계관을 제시하며 ‘왜 다시 돌아와야 했는가’에 대한 설득력을 확보한다. 황정민의 서도철은 여전히 거침없고 직감적인 강력반 형사이지만, 이전보다 더 깊은 책임감과 세상에 대한 피로감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여전히 ‘선량한 시민 편’에 서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와 시스템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영화는 조태오 사건 이후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현실을 전면에 내세운다. 새로운 악역은 권력·돈·여론을 결합한 형태의 현대형 범죄자이며, 그 존재는 과거보다 더 교묘하고 더 치밀하다. 서도철은 이런 변형된 권력 범죄 앞에서 늘 그렇듯 ‘직진’하지만, 그 직진이 예전보다 훨씬 큰 벽에 부딪힌다는 사실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정서적 기반이 된다.
〈베테랑2〉는 서도철 캐릭터를 과도하게 영웅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치고, 화나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의 현실적 고뇌가 강조된다. 그 덕분에 서도철은 전작보다 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관객은 그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특히 초반부의 수사 실패 장면은 이 영화가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전작의 연장선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서도철은 옳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지만, ‘절차’와 ‘이미지 관리’, ‘정치적 계산’이 중요한 시대에서 그의 방식은 어느 순간 ‘과거형’이 되어버린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정의가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며 서사의 무게를 더한다.
2. 새로운 빌런의 탄생: 교묘한 권력의 얼굴과 현실 풍자의 강화
〈베테랑2〉의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단연 새로운 빌런 캐릭터의 완성도다. 전편의 조태오가 ‘막장 재벌 3세’라는 명확한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 악역은 보다 현대적이고 시스템화된 악을 구현한다. 그는 단순한 폭력적 권력자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미지 메이킹·법률 전문가 집단·정치적 관계망을 이용해 스스로를 ‘결백한 시민’처럼 포장할 줄 아는 존재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 사회가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악역은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대부분의 ‘더러운 일’을 하청 구조·관리 시스템·전문 PR 팀을 통해 처리한다. 이 방식은 조태오의 폭발적 분노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악이며, 관객은 그의 표정과 말투 뒤에 숨겨진 교활함을 보며 강한 반감을 느끼게 된다.
악역과 도철이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베테랑2〉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그는 도철의 분노를 가볍게 비웃고, 법적 장치와 언론 플레이로 도철을 조롱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강자에게 법은 무기, 약자에게는 굴레’가 되는 왜곡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영화 중반부의 ‘여론 조작’ 장면은 매우 현대적이다. 단순히 기사 몇 개를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튜브·커뮤니티·SNS의 여론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사건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꾼다. 도철은 사실을 그대로 들이밀지만, 악역은 ‘프레임’과 ‘이미지’를 이용해 도철을 가해자로 뒤집어버린다.
이 장면은 〈베테랑〉이 단순한 범죄오락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부하는 영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관객은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도철이 이 위선을 어떻게 무너뜨릴지 기대하며 서사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3. 폭발하는 정의의 순간: ‘베테랑’이라는 이름이 왜 가치 있는가
〈베테랑2〉의 클라이맥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악역을 체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서도철이 폭발하는 순간은, 조태오 사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의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다.
후반부 대결 장면은 액션의 스케일보다 감정의 밀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도철은 악역에게 육체적 힘으로만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의 거짓 서사를 깨뜨리고, 여론을 뒤집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며 싸운다. 이는 단순한 주먹다짐이 아닌 ‘정의의 복원’이라는 상징적 싸움이다.
특히 결정적 장면에서 악역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무죄라고 외치며 도철을 비웃을 때, 도철은 단호하게 그 거짓과 위선을 찢어버린다. 이 장면의 연출은 과한 영웅주의 대신, ‘현실에서라도 이런 정의가 통했으면’ 하는 관객의 바람을 정확히 건드리며 큰 울림을 준다.
엔딩에서 도철은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하게 다음 사건을 향한다. 그의 표정에는 고단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나며, 그 순간 관객은 〈베테랑〉이라는 시리즈가 단순한 통쾌 오락물이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와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다.
〈베테랑2〉는 전작의 장점—강력한 캐릭터, 사회 풍자, 통쾌한 정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갈등과 세련된 악역을 통해 시리즈를 진화시킨 작품이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단 하나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정의는 싸워야 존재할 수 있다.